20대, 컨셉력에 목숨걸어라.
저자 한기호/ 독서일 09/1/9
"20대, 우리 말대로만 해라?"
20대가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한다.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나를 포함한 지금의 20대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상의 '경쟁' 이라는 폭력 속에서 외부적인 성공이나 내면적인 안정 두가지 모두를 잡지 못하고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또 몇몇 사람들에게는 이런 20대의 고민이 하나의 '트렌드'로 보였는지, 서점을 찾아가면 수많은 책들이 일제히 "20대여 XX하라!" 라는 문구를 달고 쌓여있다. 혹해서 읽어보면, ~에 죽어라, 살아라, 해라, 하나같이 다른 내용을 부르짖지만, 결국에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하나같이 같은 내용의 책들이다.
그 안에는 지금의 20대가 처한 문제에 대한 그 어떤 명쾌한 해석이나, 만족할 만한 내용도 없다. 그저 20대의 문제를 각자의 개인들이 풀어나가야할 문제로만 귀결시키는 식의 내용만 존재할 뿐이다.
이 책도 어쩌면 그런 류의 책일 수도 있었다. 제목도 여타의 책들과 다르지 않으니말이다. 서점에서 처음 보았을 때, 수도없이 깔린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들을 떠올리며 냉소가 반 섞인 인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여타의 책과는 다른 이질감을 느꼈다. 흥미있었다. 그래서 한번 두고 파헤쳐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올해의 첫 책으로 선택했다.
'꾸미지 않은, 조용한 시대공감'
이 책은 여타의 '20대를 등쳐먹는'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저자는 입발림을 하지 않는다. 20대에게 "너희 앞에는 꿈과 이상의 현실이 펼쳐져 있다' 라고 헛된 환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환상마저 철저히 깨부수며 20대가 쳐해있는 시대 상황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를 읽으며 느꼈던 그 느낌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절망과, 우울함이 찾아온다.
하지만, 20대가 내던져진 현실에 대해 미화도 과장도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그대로 읆어주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출판업계에서 골이 깊은 저자는, 세상과 사람들을 따라 움직이는 '책'과 출판업계의 동향에 미루어 시대에 대한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읽다보면, 적어도 그의 글이 섣부른 추측이 아니라, 근거를 가진 거시적인 시대판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금의 20대가 섣부른 투정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에 통쾌하고, 이 책의 저자는 20대가 만난 거대한 장벽을 단순한 '자기계발'의 트렌드 쯤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에서 믿음을 느낀다.
'컨셉력?'
그렇다면, 명쾌한 시대해석을 보여준 저자가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 20대에게 제시한 대안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컨셉력' 을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컨셉력이란, 즉 시대의 주변에 놓인 여러가지의 관심사와 지식, 혹은 트렌드를 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가치를 지닌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편집' 능력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앞으로 그 어떤 명함도, 직종도 개인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스스로 지녀야 할 것은 시대가 필요로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스스로 만들어내어 대중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직종과 역할을 불문하고 활용될 수 있으며 활용되어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주장이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 이것이 각 개인에게 길이 될 수 있을지언정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꿀 수는 없기 떄문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당장의 사회구조를 변혁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 떄는 사회의 정체현상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이미 무지막지한 경쟁 앞에서 20대 대다수가 사법고시, 공무원, 대기업 혹은 열거하기조차 어려운 수많은 전문자격고시만을 바라보며 (저자가 표현하기로는)엘리트와 성공이라는 환상의 이정표를 향한 '10차선 고속도로'로 달려오지만, 그곳은 이미 포화상태다. 몇십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이정표만을 바라보며, 이 고속도로로 찾아왔기 떄문이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따라 들어오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붕괴되고, 저성장으로 추락하고, 이제는 사람이 '스펙'이라 불리는 명세서를 달고 사회에게 '구매'되어지기를 바라는 현실에서 이제는 그 고속도로마저 과도한 과중으로 균열이 생기고 붕괴를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 고용불안, 전문직 내부에서 반복되는 소득격차는 이미 그 하중이 갈 때 까지 갔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여전히 갈곳과 비전을 잃은 20대는 그 무너져가는 곳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우리가 스스로 고속도로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개척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길을 발견하고 닦아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명명하기로는 컨셉력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위해서 능동적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메세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그 구체적인 방안은 여기서 밝히기는 쉽지 않고, 아마 책을 읽어보는 편이 더 빠르고 정확하리라 본다.)
자 정리해보자,
결국, 힘겨워 하는 20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럴듯한 직장인가?. 아니면 전문적인 자격증인가.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소위 말하는 '돈 좀 있는 부모님과 집안'일까?.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이고 개인의 근로연수는 더 짧다. 성역인 전문직종 역시 앞으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충원되어 들어온다. 젊음은 나이와 함꼐 사라지고, 돈은 시간과 함꼐 사라진다.(현명하다면 이자와 함꼐 붙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 어떤 명세서(스펙)나 자격증이 아닌, 우리 스스로 세상을 보고, 읽고, 판단하여, 새로운 나의 역할을 만들고, 나의 필요성을 제사하는 길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의 충고는 아직까지는 현실에서 붕 뜬듯한 이상으로 들리기도 한다. 오늘은 나의 꿈과 비전을 말할지언정, 당장 내일은 토익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으로 달려가고. 공모전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저자가 기대하는 것과 같이, 그리고 나 또한 거기에 편승하자면, 언젠가 이러한 능력을 믿고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분명 세상은 적어도 조금 더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의 세대가 지금까지의 10차선 도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또 다른 길을 만들어야할 시간이다. 언제까지고 그 뒤를 따라가서는, 후발주자, 즉 나를 포함한 20대는 소외자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우리 스스로가 삶과 사회의 주체적인 Only One이 되길 원한다면, 항상 역사가 증명해왔듯, 성공의 가이드라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모든 책이 반은 아리까리 하고, 또 반은 반신반의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저 메세지 만큼은 동의표를 꼭 던져주고 싶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