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2일 금요일

[첫걸음의 의미] KPR 공모전 본선 진출!


'첫걸음의 의미'
KPR 공모전 본선 진출에 감격하여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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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미래에 PR전문가가 되기를 목표로 하는 학생입니다. 그러나 딱히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없이 그저 생각만 하고 있는, 망상형 학생이었지요. 그러다가 이대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일단은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좀 더 능동적인 관심을 가져보자는 생각으로 난생 처음으로 공모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작년이 끝나갈 즘의 일이었지요.
 
그리하여 올해가 시작하던 1월 초 즈음에 팀을 찾아, 12월 말부터 국내 메이져 홍보대행사 중 하나인 KPR의 대학생 PR 아이디어 공모전을 준비해오고 있습니다. 길게보아도 1달이 채 되지않는 시간이었지만, 많이 고생도 해보고 고민도 하면서 준비를 한 결과물이 마침내 나왔고, 운 덕분인지, 아니면 그 나름의 노력 덕택인지 2번의 심사를 통과하고 이번에 드디어 최종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가오는 마감일과, 내용에 대한 끊임없는 난관에 부딪쳐 밤도 새어보고, 의견충돌도 많이 겪어보았지만, 또 그렇게 힘들었던 만큼 대단히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비록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늦게 시작한 공모전이지만, 첫경험에서 이렇게 많이 배우고 느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실 큰 상을 못받게 될지라고, 그 경험을 얻었다는 것만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생각과 경험이지만, 이번 KPR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몇가지 사안들을 정리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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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고와 홍보는 다르다.

사람들은 광고와 홍보를 비슷한 영역으로 생각합니다. 보통 대학에서도 광고와 홍보를 함께 묶어서, 광고홍보학과라고 칭하고, 커리큘럼도 함께 구성하지요. 하지만, 분명 광고와 홍보는 다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광고는 짧고 굵게 내리는 소나기고, 홍보는 오랫 동안 내리는 가랑비랄까요. 목적과 방식이 다르기에, 공모전에서 심사진이나 실무진이 원하는 기획안의 요소 역시 매우 달랐습니다. 저희 팀이 결과물을 마치고, 광고의AE 와, 홍보분야의 AE에게 각자 피드백을 받았는데, 광고의 시점에서 저희의 결과물은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들은 반면, 홍보분야에서는 필요한 요소를 잘 다루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습니다.

 보통 대학생들은 마케팅이라는 큰 틀 안에서 홍보와 광고를 비슷비슷한 영역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듯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각 분야마다 고유의 특징과 중요시하는 시사점이 있고, 보통 공모전과 같은 경진대회를 나간다면, 아니 크게는 각 방향으로의 진로를 생각한다면, 각 분야에서 중요시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생각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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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컨셉보다, 자료가 우선이다.

'창의성'이라는 가치가 역사상 그 언제보다 대우받는 시대입니다만, 사실 어느정도의 사실과 현실성에 기반하지 못한다면, 좋게 말해서 창의성이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망상' 정도에 불과하겠지요. 보통 저희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상황이나 현실을 파악하는 과정보다 자신 스스로의 컨셉에 몰두하여, 그 객관성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한 저희 팀도 마찬가지 실수를 저질렀었고요. 다만, 몇번의 피드백을 받아 그 객관성에 대한 비판을 듣고 난 후, 몇번의 대수술을 거쳤던 것이 그나마 저희가 본선에 올라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대학생의 입장에서 양질의 자료를 미리 구해놓고, 컨셉을 구상하는 것은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처럼 돈을 투자해서 미리미리 시장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현실적으로는, 관점이나 컨셉을 먼저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후로는 그 컨셉을 뒷받침 하는 자료와 상황분석에 정말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 없이는, 사실상 우리 생각의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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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피드백. 피드백. 피드백

전적으로 위에서 느꼈던 사실들을 알 수 있었던 계기는 전적으로 타인과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일을 기획하고 구성하다보면, 그것이 설령 개인단위로 준비하는 일이건, 아니면 다수이건 묘하게도 그 과정에서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들의 관점에서는 자신들이 준비한 결과물에 대해 애정을 가지게 되거나 혹은 너무나도 지쳐서 더이상 수정하기 싫다는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라고 합리화를 하게 됩니다. 이런 합리화의 위험을 극복하고, 숨겨진 논리상의 허점이나, 오류들을 발견하는데는, 타인의 관점을 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이따금 뼈를 깎는 듯한 느낌의 평가를 받을지라도, 그 하나하나의 지적이 기획안 하나의 완성도를 높이는데는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의 능력은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완성도를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최대한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사항을 확보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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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KPR공모전 최고를 향하여, 아잣!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결정론에 대한 묵시록적 서사시. Knowing(노잉)

 
Knowing
2009. Alex Proyas
 
 스포일러성 리뷰이며,
본 리뷰 작성일은 09.4.28 입니다.
 
8시에 지하철을 탔다. 아침의 4호선(사당까지의) 전철도 일단 뒤로 돌아서 타야하는 지옥철이다.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치이고 발도 밟히기도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쁜 아침 출근길이었지만, 나는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었으니까. 매주 화요일에는 하루 종일 수업이 없는 공강이어서 영화를 보러 가기 좋은 날이다. 돈이 없어서 일반시간대보다 3000원이나 저렴한 조조티켓을 끊었고, 이른 오전부터 할일없는 나하고 영화보러가줄 사람도 없기에,덕분에 혼자서 마음껏 내가 보고싶은 영화를 보아도 되고. 좀 외로워 보일수도 있지만, 뭐 괜찮지 않은가. 상대방이 내가 고른 영화에 대해 실망할까봐 이리저리 눈치보는 것보다야.

최근 개봉한 '노잉(Knowing)'은 제법 내 관심을 끄는 영화였다. 하지만, 예고편 볼 때부터 들었던 왠지모를 불길한 예감 대로 관람 후 평점은 악평이 많았다. 몇몇은 '괜찮았다' 쪽에 손을 들어주었지만, 그 외 대부분은 '괴팍하고, 이상한 영화'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랄까. 아마 다른 누군가와 영화를 보러 가야했다면, 아마 이 영화는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오늘은 내 마음대로 영화를 골라도 상관이 없었고, 그래서 노잉을 보았다. 이 영화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괜찮았다' 쪽이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알아도 소용없다.                      
 
이 리뷰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영화를 보고 분을 못이겨 씩씩이며 온 사람들일테니, 따로 개괄적인 스토리를 설명하지 않겠다. 영화의 초반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교수인 '테드'로 분하면서 MIT의 수업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테드는 학생들에게 우주의 '결정론'과 '무작위론'을 설명한다. '결정론은 이미 모든 섭리와 사건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정해져있으며, 무작위론은 그 어떤 인과관계도 없이 그저 무작위적인 확률에 의해 우주가 탄생하고, 그 광범위한 우주에서 인간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어떤 것을 믿으시나요?' 라는 학생의 질문에 테드는 무작위론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감독과 영화는 결정론을 택했다.

노잉의 감독인 알렉스 프로야스의 전작을 살펴보면, 영화 '노잉'의 기본적인 전제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그는 총 5편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 중 사람들의 기억속에 존재할 작품들을 나열하자면, '다크시티'와 '아이 로봇',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노잉'이 있다. 영화 중 테드의 동료 교수가 말한대로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쪽으로의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위의 세 영화에서 기본적으로 간주되는 인간이란 존재는 무력하고, 피동적인 존재들이다. 다크시티에서의 인간은 외계에서 온 이방인들에게 실험을 당하는 실험용 쥐같은 존재이고, 아이 로봇에서는 인간이 하도 답답한나머지 차라리 자신들의 지배 아래 목숨만 부지하라며 로봇들에게 쿠테타를 당하는 입장이다. 노잉에서도 기본적으로 인간은 무력하다. 테드는 50년전의 예언서에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그저 자신이 무얼 하든 예정되로 진행되어가는 재앙 속에서 괴로워하며 인류의 멸망 예정일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인류의 시작이 어떤 의미와 예정대로 진행되었 듯 그 끝도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 잔혹한 결정론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리하자면, 이것이 감독이 하고싶었던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런 인간의 무력함과 결정론을 설파하는 감독의 주장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할지는 대책이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다 때려치고 그냥 되는대로 살아라? 이게 교훈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일종의 비꼼이나 경고가 아닐까 싶다. 인간 자신의 존재와 힘에 대한 과시를 비꼬는 것. 다른 재난 영화에서는 인간은 기필코 자신앞에 주어진 재앙을 이겨나간다. NASA에서 우주선을 발사해서 기어코 지구로 다가오는 운석에 착륙시키거나(아마겟돈), 아니면 멈춰버린 지구를 다시 돌리기 위해 땅을 뚫고 들어가고(코어), 인간이 마음에 안들어서 다 없에버리겠다고 온 외계인을 인간애를 설파하며 설득하기도 한다(지구가 멈추는 날). 아무래도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이런 인간의 떼쓰는 근성이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그래서 한번쯤은, 무기력하게 재앙에 손놓고 있는 인류를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슬픈 자들을 위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리스어로 '기계장치를 타고 내려오는 신' 이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 연극은 하물없이 꼬여버린 암울한 비극이 많았고, 그 중에는 사건이 너무 꼬이고 꼬이다 못해 극작가 자신도 도저히 풀어낼 수 없을 듯한 비극이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잔뜩 꼬여버린 상태에서' 안좋게 끝내기에는 관객들도 우울해하고, 연극에도 의미가 없다. 원래 인간은 희망을 원하는 존재이니까. 그래서 그들이 고안해낸 것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다. 잔뜩 꼬여버린 비극적인 인간들을 위해 직접 신이나 절대적인 존재가 강림하여 그 사건을 중재해주는 것이었다. 개연성이 있던 없던, 뭔상관이겠는가. 신이와서 해결해준다는데. 결국 이것은 극작가들에게는 각본을 정리할 수 있는 툴(tool)이 되었고, 관객에게는 비극의 마지막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청량제가 되었다. 이것이 연극에서는 신의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공중에서 기계장치로 신을 연기하는 배우를, 마치 하늘에서 강림하듯 무대에 내려 연기를 시켰고 이 때문에 이 극적인 장치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 로 불리게 된 것이다.

아마, 감독인 알렉스 프로야스는 꽤나 고심했을 것이다. 다크시티와 아이로봇에는 그나마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는데, 노잉같은 경우는 태양의 폭풍이라는 우주적 재앙이고, 이를 한 개인이 무슨 수로 막겠는가... 아무리 상상해도 결론이 날 턱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저 자신의 이야기대로 인간들이 뭘하든 모조리 죽여버리자니 관객들의 입맛에 그 암울함과 황당함이 들어맞을리도 없지 않겠는가. 고대 그리스 극작가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던 그는 역시 그리스 극작과들과 같은 대책을 택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절대적인 존재가 내려와서 사건을 중재해주고, 희망을 남기는 장치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명색이 SF 감독이고 또 글로발 시대에 특정 종교를 택할 수 없는만큼, 절대적인 존재에 신 대신 절대적인 외계인을 삽입한 것이 아닐까. 또 영화 자체가 정해진 재앙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인간과 절대적 사건 사이의 (힌트는 주되, 결코 모두를 구원하지는 않는) 중립적 존재로써도 쓸 수 있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결국 외계인들은 이 잔뜩 꼬여버린 인간과 재앙 사이에, 개입하여 마지막 순간에 인류의 희망이자 시작인 아이들을 구원해간다. 대부분의 인류는 재앙에 휩쓸려 멸망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남겨둔 셈이다. 신인류의 탄생을. 자 이제 그럴듯한 비극과 그 끝의 배려인 희망이 남게 된 것이다. 감독의 안심의 한숨소리가 귀 옆에 들려오는 듯 하다.

*

입맛은 모두 다르다. 그러니 그냥 즐겨보라.
 
솔직히 '노잉'은 그닥 성공할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예정된 재앙과, 그에 대한 인간의 무력함이라는 기본 플롯도 '쳇' 소리 나고, 나름 감독이 관객을 배려해서 준비해놓은 마지막의 '외계인에 의한 구원'도 황당한 나머지 '이건 뭥미!' 소리 밖에 나오질 않는다. 아마 감독은 기본 플롯을 구상해놓고, 할리우드산 영화인만큼 관객을 배려하여 후에 결말을 구성하여 역삽입 한 듯하다. 기본 이야기에 추가적 장치를 억지로 박아넣었으니, 그러니 아주 잘만든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소 개연성도 떨어지고, 흐름도 까끌까끌하다. 하지만, 원래 영화가 그렇지 않은가. 영화의 시초는 연극이고, 연극의 시초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허구다. 나의 상상을 과장시켜서 남에게 내 생각과 함께 감정의 여흥을 남기고 싶었던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다. 개연성이 없더라도,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더라도, 아예 내 입맛에 안맞을지언정, 그래도 또 다른 누군가의 '상상'과 '생각'을 맛본다는 것은, 괜찮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노잉에 대한 평가 중, '돈이 아깝다' 라는 평이 많다. 재미가 없었을테니 뭐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노잉은 그래도 막나가는 이야기도 아니었고, 감독의 재미있는 발상과, 관객을 배려한 (그게 더 역효과가 되었지만) 장치가 돋보이는, 노력한 눈치가 보이는 영화였다. 아주 훌륭한 영화는 아니어도 C급 졸작이나 욕을 들어먹을 만한 영화까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C급 영화를 꽤 본 사람으로서 -__-;;) 게다가 현대의 기술력을 동원한 스펙타클한 시각적 표현까지 들었으니 적어도 눈요기는 되지 않았는가. 감독의 손맛과는 완전히 입맛이 안맞는 사람들이라면 7000원이면 좀 아까울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4000원 쯤이야 담배 두갑 가격이니 들일만 하다고 본다. 적절한 가격대 성능비를 원하는 사람은 조조로 영화를 보거나, 후에 DVD를 빌려서 보길 바란다.

본래 상품에 대한 불만족은, 상품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다고 하니...
 
* 리뷰마다 결말에 대한 해석이 많이 다른데, 카톨릭 쪽의 느낌을 떠올리는 분도 많다. 구원이라는 이미지와, 외계인들이 우주선으로 돌아갈 때 천사의 날개와 엇비슷한 날개를 펼치고 올라갔다는 점, 그리고 멀린다의 책상의 성경과, 신에 의한 구원을 상징하는 듯한 그림, 마지막으로 최후의 장면에서 아담과 이브를 떠올리게끔 하는 두 아이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것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나 무작정 종교적인 느낌으로 몰고갈 것도 아니다. 원래 이 감독이 종교와는 거리가 좀 멀고, 마지막 결말에서 두 아이만 살아남았다는 정설도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수많은 우주선들이 지구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그 안에 또다른 '아이'들이 있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 그 안에는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 있고, 이게 그러니까 '노아의 방주다' 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말그대로 생각대로 보이는 법이다.


2010년 1월 21일 목요일

꼬여도 제대로 꼬이면 재미있다. '록 스탁 엔드 투 스모킹 베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1998. Guy Ritchie. England

 

'한 남자가 다리 난간에 엉거주춤하게 매달려 있다. 한손으로는 난간을 붙잡고 있고, 다른 한손으로는 모포에 싸여진 오래된 장총 두자루를 쥐고 있다. 그리고 입으로는 핸드폰을 물고있다. 그 순간 핸드폰이 긴박하게 울린다. 뭔가 중요한 통화일 것 같은데,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이 한 장면만 보고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내용인지 예측할 수 있는사람이 있을까?. 아무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상상력이 기발한 사람이라고 해도, 위와 같은 엉뚱하다 못해 황당한 장면을 단서로 전체의 이야기를 유추하기는 무척이나 힘들 것이 분명할테니.

 

우리는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하는 일마다 안될 때 '일이 꼬인다' 라는 말을 사용한다. '일이 꼬인다는 느낌'은 직접 당하는 입장이건, 아니면 제 3자로서 그 일을 지켜보는 입장이건 모두에게 '답답하다' 라는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예를들어, '24시' 라는 미드를 본다면, 보면 대충 어떤 느낌인지 체험할 수 있다. 무언가 해결되는 듯하지만 다시 꼬이는 일들을 지켜보는 심정. 제 아무리 시원한 액션과, 멋진 배우가 나온다고 해도 그 묘한 답답함을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설령 그게 나랑 전혀 상관없는 드라마 속의 사건 일지라도.

 

그런데 이번에 소개해줄 영화는 일을 한두번 꼬다못해 왠지 사건이란 실들을 뭉쳐 실타레로 만들어놓았을 법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근데 신기한건, 사건을 한두번만 꼬아놓으면 '답답해!' 라고 소리치게 만들지만, 실타레처럼 뭉치로 꼬이면 결국 출처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더러운 일 하면서 푼돈이나 만져온 멍청한 네명의 영국 사나이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 돈을 모아 도박판에 '투자'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도박판에는 나름 사람을 꿰뚫어볼줄 안다는 네명 중 한명이 투입된다. 그러나 카드를 아무리 잘해도 몰래 카메라까지 동원하는 전문 도박사기범들한테는 당할 수 없다. 결국 네명의 사나이들은 수십만 파운드의 빚을 지게되고 '일주일 내로 돈을 갚지 않으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듣게 된다. 일주일 안에 거금을 구해야 하는 주인공들. 엉뚱한 계획만 서로 내놓다가 소음이라고는 전혀 차단하지 못하는 갸날픈 벽 사이로 옆집의 또다른 악덕 범법자일당의 '돈 좀 될만한 계획'을 엿듣게 된다. 여기까지가 엉키디 엉킨 실타레의 첫 무렵이다.

 

일이 어딘가에 숨겨져있는 인과관계를 통해 '우연'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어떻게, 얼마나 꼬일 수 있는지는 직접 감상하고 확인하시라. 총성이 난무하고, 피가튀는 런던의 잔인한 뒷골목 이야기지만,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게다가 다른 영화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카메라 워크는 또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정리하자면, 두번 봐도 나름 재미있는 추천 영화. 평소에 '딱보면, 딱나오는' 뻔한 이야기의 코미디에 질렸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것이다.

 

*내가 영국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돈이면 다된다' 철학의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재미가 있으며, 전혀 해석할 수 없는 지루한 프랑스 영화보다는 재미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그것과는 다른 구수한 억영의 영국식 영어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영국 락이나 음악들은 보너스.  

 

*여담. 일이 꼬이고, 꼬이다보면 가끔은 결국 예상하지도 못했던 콩고물이 떨어진다.

  그 콩고물의 가치를 몰라서 문제지.

 

*혹시 이 영화의 제목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의 뜻을 절대 이해 못하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식인에서 퍼온 사실 한가지. Lock은 총의 방아쇠, Stock은 개머리판, Barrel은 총신을 뜻한다. 직역하자면 ' 방아쇠, 개머리판, 그리고 연기나는 두개의 총신'. 위 단어들은 모두 합쳐서 '하나의 총, 전부' 이기 때문에 '모조리, 전부' 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직역이든 억지 해석이든 둘 다 말이 된다는 것을 영화를 모두 보고나면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준무명 시절의 제임스 스타뎀도 나온다. 이 영화를 본지도 꽤 오래되었는데(3년 정도 되었나) 그 떄는 전혀 몰랐다,그냥 무명배우인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뜰줄이야....

 

2010년 1월 18일 월요일

꿈을 쫓는 자는 행복할까? '와이키키 브라더스'(Waikiki Brothers 2001)


Waikiki Brothers

2001


'성우야, 행복하니?. 우리들 중에 지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 너밖에 없잖아.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밴드를 했던, 음악을 좋아했던 성우. 그리고 군 제대 후에도 음악을 하고싶어 사람들을 모아 밴드를 만든다. 밴드 이름은 촌스러운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러나 처음에는 일곱명이었던 밴드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면서 단 네사람만 남는다. 밤무대와 별볼일 없는 무대를 전전하며 많지 않은 돈만 만지는 인생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무대를 옮기고 옮기다가 결국 성우의 고향의 한 카바레 무대에 서게 된 와이키키 브라더스. 성우는 그곳에서 옛 친구들과, 마음의 지지대였던 음악 선생님, 그리고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꿈을 따라간다'. 여섯자 밖에 안되니 말하기도 쉽고, 그리고 그 자체로도 달콤한 문장. 누군가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고싶은거 해라' 라고 말한다. 정말로 그 사람의 미래에 대해 걱정할 정도로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이렇게 조언해 주는게 가장 편하고, 그럴 듯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을 따라가는 사람에게 항상 달콤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따라간 사람들보다 씁쓸한 인생을 살아야 할 때도 있다. 자신의 꿈이 빛이 바래 지저분하고 처절한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꿈은 그냥 꿈일 때 가장 달콤하다' 라는 말이 그럴 듯 하다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음악'이라는 꿈을 따라갔던 한 사내가 그의 꿈이 고단한 현실이 되어 돌아올 때, 그리고 그와 함께 과거에 꿈을 공유했던 사람들과 단절됨을 느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보여주는 영화. 보통의 영화들은 꿈을 따라가는 주인공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긍정적인 지지를 보내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끝까지 처절하고, 너저분한 현실만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리얼리즘'이라고 표현한다. 극적인 요소도 없으며, 그저 주인공이 고단한 현실을 겪으면서 자신의 꿈에 대해 회의를 가지게 되는 과정과 마지막 선택을 잔잔하게 표현할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보면 지루한 영화일수도 있다. 그래도 가끔은 파도같은 감동보다는 잔잔한 강물같은 감동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그래서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TTU. (Two Thumbs Up)
 
.그래도 꿈은 꿈이더라. 좋아하는거 보면.
 
 
Ps.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2001년 작이라 왠지 얼마 안된 것 같지만 그래도 올해로 나온지 6년 째 되가는 영화. 당시에는 비교적 무명이었던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주인공인 성우의 고등학생 당시 모습을 박해일이 연기했는데, 괜찮았다. (이미지가 은근히 매치된다)

2010년 1월 13일 수요일

더 로드(The Road) "사랑에 대한 로드 다큐멘터리"

The Road
(2010.감독 존 힐코트. 주연 비고 모텐슨 외)

"사랑에 대한 로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는 이따금씩,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메세지를 전달한다. 그렇기에, 특별한 편집 없이는, 이야기나 사건 자체가 다소 밋밋하고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면이 가장 사실적이고도 진실되게 우리에게 메세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과장된 영상과 이야기가 난무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자칫 조용하고, 밋밋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는 그런 순간적인 장면 하나하나에서 진실성이 담긴 메세지를 찾을 수 있고, 또 그런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떄문이 아닐까. 어찌되었건, 수요자가 있어야 공급자도 있기 마련이니까.

최근 개봉한 'The Road'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영화이다. 전자는 밋밋하고 정적이며 흐름이 불투명한 스토리가 오히려 그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고 말하고, 후자는 '재난' 혹은 '세상의 종말' 이라는 극적인 주제를 가지고도 그것을 사실적이고도 조용하게 풀어내는 더 로드의 특유한 정적인 매력을 높게 평가한다.

사실, 영화란 것은 경험재이기에 그것을 직접 본 사람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어떤 것을 기준으로 감상하는지에 따라 그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내 개인적인 감상의 기준과 경향을 두고 생각한다면, 나는 '더 로드' 라는 영화에 높은 평을 주고 싶다. 즉, 나는 후자에 속한다.

"아직 신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바로 내 아들일 것이다"

더 로드에서는 극적인 사건이 없다. 모든 것을 잃은 세상의 폐허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걸어간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라던가, 세상을 되살릴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막연한 희망'을 찾아 남쪽으로만 걸어간다. 영화 전반에 걸쳐 몇몇의 위험, 갈등상황이 나오지만, 이 역시도 그저 잠시잠시 주어지는 하나의 작은 사건에 불과하다. 결국 영화의 내용은 아들과 아버지가 길을 걸어가는 모습만 조용히 따라갈 뿐이다.

결국 사건은 영화 전체에 부자의 막연한 여정이 전부인, 단순한 '로드무비'이지만, 감독의 초점은 그 조용한 장면들 와중에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에 모인다. 비고 모텐슨이 분한 '아버지'는 과거의 모든 것을 잃은 그의 삶에서 마지막 남은 '아들'에게 온 희망과 삶의 이유를 바친다. 그는 그의 아들이 '신이 아직 존재한다면, 그 존재를 증명하는 마지막 증거' 라고 생각한다. 그는 먼지쌓인 코카콜라 한 캔을 통해 아들에게 과거의 세상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어하고, 그들 스스로를 '가슴 속 불을 간직하고 전하는 사람들' 이라고 말하며. 아들이 믿는 '가치'를 보호해주려고 노력한다. 이전의 모든 가치가 사라지고, 오직 생존만이 남아있는 세상에서, 그는 아들이 믿는 가치를 위해 모든 위험과 손해를 감수한다. 비록,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그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그리고 그들이 겪는 자그마한 사건들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아버지는 절제된 부성애, 사랑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의 종말'이라는 그 무엇보다도 극적인 상황 속에서 부각되어진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세상이다. 극도의 굶주림과 공포. 그리고 생존에 대한 위협들. 누군가를 향한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면, 그 어떤 동기가 사람이 세상에 먹히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더 로드는 절제된 사건과 표현을 통해 현실성을 극대화하면서, 마지막으로 그 자신이 가진 메세지에 진실성을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더 로드에는 드라마가 없다. 눈물을 쥐어짜내는 장면도, 카타르시스와 극적인 희망을 주는 장면도 없다. 단지 하나의 메세지에 대해 소소한 일과 대화를 통해 묘사하는데 만족할 뿐이다. 즉 더 로드는 현실성을 추구한다. 영화의 흥행요소인 동적인 요소를 포기하면서, 그 원작의 메세지를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의 본분에 충실한 작품이다.

극중에서, 아버지는 세상이 바뀌기 이전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꿈을 통해 회상한다. 그는, 그 꿈에서 곧 소스라치게 놀라며 암흑뿐인 세상으로 돌아온다. 언젠가 아들이 나쁜 꿈을 꾸었다며, 잠에서 깨어나 슬퍼하자, 아버지는 말한다.

"나쁜 꿈을 꿀때가, 살아있는 것이란다. 오히려, 좋은 꿈을 꿀때가, 죽어있는 것이지"

현실에는 영화나 드라마같은 극적인 요소가 없다. 언제나 같은 일상과 함께 우리를 짖누르는 책임과 불안의 무게 뿐이다. 통쾌한 복수도 없고, 카타르시스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그것이 현실이니까. 극적이고 흐름이 깊은 영화는 '좋은꿈' 이고, 동시에 '영화'다. 반면에, 치열하고 힘겨운 삶은 '나쁜 꿈'인 동시에 현실이다. 더 로드의 무너진 세상이건, 우리네 힘겨운 삶이건, 결코 '행복하고 좋은 꿈'에서 그 근본적인 목적과 메세지를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힘겹고 슬퍼도, 우리가 스스로 메세지와 가치를 찾아야 하는 곳은 우리네 삶이며, 더 로드가 표현하고자 했던 '현실을 닮은 지옥'일 것이다.

우리는 그 가치와 메세지를 찾았는가?.
아니면, 더 즐겁고 극적인 무언가를 기대하며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닐까?.

2010년 1월 11일 월요일

20대, 컨셉력에 목숨걸어라. (한기호 저)

                                                                
20대, 컨셉력에 목숨걸어라.
저자 한기호/ 독서일 09/1/9

"20대, 우리 말대로만 해라?"

20대가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한다. 소위 말하는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나를 포함한 지금의 20대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상의 '경쟁' 이라는 폭력 속에서 외부적인 성공이나 내면적인 안정 두가지 모두를 잡지 못하고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또 몇몇 사람들에게는 이런 20대의 고민이 하나의 '트렌드'로 보였는지, 서점을 찾아가면 수많은 책들이 일제히 "20대여 XX하라!" 라는 문구를 달고 쌓여있다. 혹해서 읽어보면, ~에 죽어라, 살아라, 해라, 하나같이 다른 내용을 부르짖지만, 결국에는 실소가 나올 정도로 하나같이 같은 내용의 책들이다.

그 안에는 지금의 20대가 처한 문제에 대한 그 어떤 명쾌한 해석이나, 만족할 만한 내용도 없다. 그저 20대의 문제를 각자의 개인들이 풀어나가야할 문제로만 귀결시키는 식의 내용만 존재할 뿐이다.

이 책도 어쩌면 그런 류의 책일 수도 있었다. 제목도 여타의 책들과 다르지 않으니말이다. 서점에서 처음 보았을 때, 수도없이 깔린 비슷비슷한 내용의 책들을 떠올리며 냉소가 반 섞인 인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여타의 책과는 다른 이질감을 느꼈다. 흥미있었다. 그래서 한번 두고 파헤쳐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올해의 첫 책으로 선택했다.

'꾸미지 않은, 조용한 시대공감'

이 책은 여타의 '20대를 등쳐먹는' 자기계발서와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저자는 입발림을 하지 않는다. 20대에게 "너희 앞에는 꿈과 이상의 현실이 펼쳐져 있다' 라고 헛된 환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환상마저 철저히 깨부수며 20대가 쳐해있는 시대 상황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를 읽으며 느꼈던 그 느낌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절망과, 우울함이 찾아온다.

하지만, 20대가 내던져진 현실에 대해 미화도 과장도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그대로 읆어주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출판업계에서 골이 깊은 저자는, 세상과 사람들을 따라 움직이는 '책'과 출판업계의 동향에 미루어 시대에 대한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읽다보면, 적어도 그의 글이 섣부른 추측이 아니라, 근거를 가진 거시적인 시대판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금의 20대가 섣부른 투정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에 통쾌하고, 이 책의 저자는 20대가 만난 거대한 장벽을 단순한 '자기계발'의 트렌드 쯤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에서 믿음을 느낀다.

'컨셉력?'

그렇다면, 명쾌한 시대해석을 보여준 저자가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부딪힌 20대에게 제시한 대안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컨셉력' 을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컨셉력이란, 즉 시대의 주변에 놓인 여러가지의 관심사와 지식, 혹은 트렌드를 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가치를 지닌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쉽게 말하면, '편집' 능력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앞으로 그 어떤 명함도, 직종도 개인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스스로 지녀야 할 것은 시대가 필요로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스스로 만들어내어 대중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직종과 역할을 불문하고 활용될 수 있으며 활용되어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주장이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라고까지는 볼 수 없다. 이것이 각 개인에게 길이 될 수 있을지언정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꿀 수는 없기 떄문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당장의 사회구조를 변혁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 떄는 사회의 정체현상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이미 무지막지한 경쟁 앞에서 20대 대다수가 사법고시, 공무원, 대기업 혹은 열거하기조차 어려운 수많은 전문자격고시만을 바라보며 (저자가 표현하기로는)엘리트와 성공이라는 환상의 이정표를 향한 '10차선 고속도로'로 달려오지만, 그곳은 이미 포화상태다. 몇십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이정표만을 바라보며, 이 고속도로로 찾아왔기 떄문이다. 그리고 그 뒤로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따라 들어오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붕괴되고, 저성장으로 추락하고, 이제는 사람이 '스펙'이라 불리는 명세서를 달고 사회에게 '구매'되어지기를 바라는 현실에서 이제는 그 고속도로마저 과도한 과중으로 균열이 생기고 붕괴를 앞두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 고용불안, 전문직 내부에서 반복되는 소득격차는 이미 그 하중이 갈 때 까지 갔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여전히 갈곳과 비전을 잃은 20대는 그 무너져가는 곳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우리가 스스로 고속도로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개척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길을 발견하고 닦아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명명하기로는 컨셉력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위해서 능동적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메세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그 구체적인 방안은 여기서 밝히기는 쉽지 않고, 아마 책을 읽어보는 편이 더 빠르고 정확하리라 본다.)

자 정리해보자,

결국, 힘겨워 하는 20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럴듯한 직장인가?. 아니면 전문적인 자격증인가.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소위 말하는 '돈 좀 있는 부모님과 집안'일까?.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이고 개인의 근로연수는 더 짧다. 성역인 전문직종 역시 앞으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충원되어 들어온다. 젊음은 나이와 함꼐 사라지고, 돈은 시간과 함꼐 사라진다.(현명하다면 이자와 함꼐 붙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 어떤 명세서(스펙)나 자격증이 아닌, 우리 스스로 세상을 보고, 읽고, 판단하여, 새로운 나의 역할을 만들고, 나의 필요성을 제사하는 길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의 충고는 아직까지는 현실에서 붕 뜬듯한 이상으로 들리기도 한다. 오늘은 나의 꿈과 비전을 말할지언정, 당장 내일은 토익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으로 달려가고. 공모전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저자가 기대하는 것과 같이, 그리고 나 또한 거기에 편승하자면, 언젠가 이러한 능력을 믿고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분명 세상은 적어도 조금 더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의 세대가 지금까지의 10차선 도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또 다른 길을 만들어야할 시간이다. 언제까지고 그 뒤를 따라가서는, 후발주자, 즉 나를 포함한 20대는 소외자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우리 스스로가 삶과 사회의 주체적인 Only One이 되길 원한다면, 항상 역사가 증명해왔듯, 성공의 가이드라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모든 책이 반은 아리까리 하고, 또 반은 반신반의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저 메세지 만큼은 동의표를 꼭 던져주고 싶었다.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 8점
한기호 지음/다산초당(다산북스)

 




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Book]군대에서 책 100권 읽기.

군대에서 책 100권 읽기  

'2007.3.20~2009.2.25'



군대에서 제가 가진 목표가 딱 2가지가 있었습니다. 한가지는 매일매일 일기쓰기, 그리고 나머지 한가지는 군대에서 책 100권을 읽고 나가자는 목표였습니다.


솔직히 많이 번거롭고, 힘들기도 했습니다. 거진 불가능할 것이라고 스스로 포기한 적도 몇번 있었습니다. 저는 군에서 육군 야전포병 부대, 포수직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딱히 개인시간이 많은 보직도 아니었고, 주로 몸쓰는 쪽이었기에 가능성도 없어보였지요. 책을 구하기도 힘들었고요.그래도 일단 읽기 시작하니 오기가 생겨서 계속 읽었습니다. 때때로 시간이 모자르면 연등을 해서, 잠을 줄여가며 읽었고, 개인정비 시간에도 TV소리가 신경쓰여 밖의 다 뜯어진 소파에 앉아 읽었습니다. 책이 없으면 가진 책을 선후임과 교환해가며 읽었고, 월급들여서 산 책들 배송올 때마다 당직사관에게 '책만 읽는다' 라고 혼났지만 그냥 담담히 버티며 읽었습니다.


거진 일주일에 한권씩은 읽더군요. 평균적으로. 물론 훈련 때문에 거르는 주도 생겼고, 또 어떤 때는 한주에 3권을 읽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전역할 때는 목표치인 100권에서 3권을 간신히 넘기고 전역신고를 했습니다. 포대장님이 '질긴 놈' 이었다고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소리를 해주었는데, 웃으면서 칭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원래 평소에는 책을 손에 잡는 일이 드물었던 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군대에서 독서의 재미와 끈기를 얻었다고 하면 될까요. 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군생활이란 것...

 

Check.

2007. 10.3(일병 2개월) 14%

2007. 11.24(일병 3개월) 24%

2008. 02.09(일병 6개월) 35%

2008. 02.23(일병 6개월) 39%

2008. 03.21(상병 1개월) 45%

2008. 04.20(상병 2개월) 51%

2008. 06.28(상병 4개월) 58%

2008. 07.20(상병 5개월) 65%

2008. 08.09(상병 6개월) 68%

2008. 10.29(병장 1개월) 84%

2008. 12.30(병장 3개월) 92%

2009. 02. 05(병장 5개월) 99%

2009. 02. 25 (전역) 103%

       

2007

 

1.뇌(6/18)

베르나르 베르베르

2.톨스토이 단편선(7/12)

톨스토이

3.조선의 프로페셔널(7/22)

안대회

4.인생수업(7/24)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5.아내가 결혼했다(8/1)

박현욱

6.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8/4)

박민규

7.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8/11)

잭 캔필드

8.살아있는 동안 해야할 49가지(8/11)

탄줘잉

9.선택(8/18)

스팬서 존슨

10.쌀과소금의 시대(8/26)

킴 스탠리 로빈슨

11.The Secret(8/31)

론다번

12.카스테라(9/23)

박민규

13.딱 90일만 더 살아볼까(9/24)

닉 혼비

14.카네기 인간관계론(9/25)

데일 카네기

15.1984년(10/6)

조지 오웰

16.냉정과 열정 사이(10/13)

에쿠니 가오리

17.그 남자네 집(10/14)

박완서

18.파피용(10/16)

베르나르 베르베르

19.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0/19)

파울로 코엘료

20.랄랄라 하우스(10/20)

김영하

21.포스트잇(11/10)

김영하

22.엘레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11/10)

김영하

23. 20대가 끝나기 전에 꼭 해야할 21가지(11/17)

신현만

24.퀴즈쇼(11/22)

김영하

25.상실의 시대(11/29)

무라카미 하루키

26.즐거움의 가치사전(12/19)

박민영

27.GO(12/20)

가네시로 가즈키

28.향수(12/22)

피크리트 쥐스킨트

29.88만원 세대(12/22)

우석훈.박권일

 

2008

 

30.빛의 제국(1/16)

김영하

31.눈먼자들의 도시(1/20)

주제 사라마구

32.프로로 산다는 것(1/20)

김영익

33.악마의 사랑(1/21)

임소월

34.시간을 달리는 소녀(1/25)

츠츠이 야스타카

35.잊혀진 병사(Le Soldat oubile')(2/8)

기 사예르

36.결단(Powerful Decision)(2/9)

천천.쉬지엔

37.마시멜로 이야기(2/13)

호아킴 데 포사다. 엘렌 싱어

38.살인의 해석(2/16)

제드 러벤펠드

39.그리고 아무도 없었다(2/23)

애거서 크리스티

40.일요일들(3/3)

요시다 슈이치

41.책 읽는 책(3/5)

박민영

42.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3/9)

은희경

43.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3/9)

호아킴 데 포사다. 엘렌 싱어

44.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Bonfire of the Brand)(3/16)

닐 부어맨

45.천 개의 찬란한 태양(a Thousand Splendid Suns)(3/21)

할레드 호세이니

46.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3/23)

카타야마 코이치

47.길에서 영화를 만나다(4/4)

이철승

48.'몸'-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4/10)

샤오 춘레이

49.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 쟁이(4/13)

세스 고딘

50.여행자(4/15)

김영하

51.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반기문](4/18)

신용진

52.하버드 스타일(4/27)

강인선

53.젊음의 탄생(5/17)

이어령

54.프로폐셔널의 조건(5/31)

피터 드러커

55.드림 스파이.Dream Spy(6/2)

박광세.조형진

56.미실(6/5)

김별아

57.막스 티볼리의 고백(6/22)

앤드류 숀 그리어

58.머니맨.Money Man(6/28)

헨리 브랜즈

59.로드.The Road(7/1)

코맥 메카시

60.80만원으로 세계여행(7/4)

정상근

61.도시의 기억(7/8)

고종석

62.천사의 사다리(7/8)

무라카미 유카

63.10년 후 세계(7/9)

공병호

64.보보스.Bourgeios Bohemians(7/19)

데이비드 브룩스

65.슈거리스 러브.Sugarless Love(7/20)

야마모토 후지오

66.천사의 알(7/24)

무라카미 유카

67.몰입. Think Hard(7/28)

황농문

68.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8/2)

정여울

69.변신.회부 외(8/15)

프란츠 카프카

70.보랓빛 소가 온다. Puple Cow(8/20)

세스 고딘

71.한밤 중에 행진(8/23)

오쿠다 히데오

72.칼의 노래(8/27)

김훈

73.지성인을 위한 교양 브런치(9/1)

강준만

74.Paris Talk(9/1)

정재형

75.유시민의 경제학 카페(9/6)

유시민

76.나만의 공간(9/6)

황인숙

77.하악하악(9/13)

이외수

78.부의 미래(9/18)

앨빈 토플러

79.지식e.Season 1(9/22)

EBS 지식채널 e

80.검은 꽃(9/23)

김영하

81.지식e.Season 2(9/29)

EBS 지식채널 e

82.비둘기(9/30)

파크리트 쥐스킨트

83.스무살 도쿄(10/12)

오쿠다 히데오

84.당신들의 조국.Fatherland(10/24)

로버트 해리스

85.20대 심리학(11/2)

곽금주

86.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11/7)

F.스콧 피츠제럴드

87.평생 단 한번의 만남(11/9)

임한기

88.지식e.Season 3(11/16)

EBS 지식채널 e

89.공중그네(11/26)

오쿠다 히데오

90.골든 슬럼버(12/11)

이사카 코타로

91.책읽기의 달인.호모 부커스(12/12)

이권우

92.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12/23)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2009

 

93.익숙한 것과의 결별(1/3)

구본형

94.생산적 책읽기 50(1/6)

안상헌

95.죽음의 수용소에서(1/9)

빅터 프랑클

96.1일30분(1/9)

후루이치 유키오

97.딜리셔스 샌드위치(1/13)

유병률

98.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1/21)

유수연

99.남한산성(1/26)

김훈

100.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Googler의 편지(2/13)

김태원

101.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2/16)

Our Asia Team

102. 세월이 젊음에게(2/20)

구본형

103. 끌림(2/24)

이병률

---------------------- 2009.2.25. 전역